2002/9/10(화)
사과] 제가 구씨 후원금 중 일부를 유용했습니다.  

회원 여러분에게 정말로 정말로 사과를 드립니다.
유용한 금액은 모두 6만 5천원이며,
이 금액은 어제 제 개인적인 의도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우선 어제 있은 개인적 의도를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어제 부산역에서 노숙자 부부와 이들의 자식 네 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6명은 약 보름 동안 부산역에서 노숙하며 지냈는데,
노숙을 하게 된 사연은
지금까지 그들 가족이 살던 쪽방이 갑자기 강제철거를 당해
세간살이도 건지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길거리로 나와야만 했다고 합니다.

이들 부부 중 아내는 1급 척추 장애인(일명 곱추)이며, 남편은 3급 성장 장애인 (일명 난장이)이며,
아이 네 명 중 세 명은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나머지 한 명은 이제 갇 5살에 불과한 젖먹이였습니다.

이들 가족은 얇은 여름 이불 한 장을 덮고 이 싸늘한 가을밤을 견뎌내고 있었으며,
특히, 아이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참고서와 공책도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셋째 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 아침과 점심을 모두 굶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밤 마다 이들 가족을 괴롭히는 부랑자와 걸인들, 거리의 깡패들.

생각다 못해 이들 가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차라리 이들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서 내 방을 이들에게 줄 것을 제의해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당장 서울의 제 방을 임시 거처로 사용할 형편도 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던 중 하늘의 두꺼운 먹구름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더군요.
더 이상 고민할 여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아버지에게 보증금 없이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삵월세 방이 없냐고 물어보았고,
그는 부산역에서 4정거장 거리에 지금 철거 중인 지역이 있는데,
일단 몇 개월은 월세만 내고 거기서 살 수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월세는 모두 7만 원이었습니다.

그때 내 호주머니엔 1만원이 있었고,
저는 우리 모임의 회원통장에서 6만5천원을 찾아서
모두 7만5천원을 건네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가족이 몇 개 안 되는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짐을 들고 이사 가는 것을
지켜보며 저는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구씨 후원금을 제 개인적 의도로 사용한 것에 대해
회원 여러분에게 사과를 드리며,
유용한 금액은 곧 다시 채워서 구씨 후원금으로 정상적 사용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참고로,
현재 구씨는 우리 모임과의 의도와 상관없이 국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이며,
우리가 모은 변호사 선임비는 불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후원금은 전액 구씨의 영치금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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