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26(토)
에이즈 약 ‘푸제온’은 HIV 양성인을 죽였다  

에이즈 약 ‘푸제온’은 HIV 양성인을 죽였다
푸제온 공급과 관련된 온갖 거짓말과 폭력들

4월 25일 오후였다. 29개월 된 아들과 함께 한강대교를 건너며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순간 40대 후반의 남성이 아치형 교각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재빨리 도착한 경찰과 119. 한강대교는 ‘자살대교’라 불릴 만큼 투신 사건이 많아 특별 시스템이 준비된 듯.

남성은 아치 꼭대기에 앉아서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 한참동안 이 남성을 응시하던 중 돌연 아들이 소리쳤다. “아찌, 내려오세요” 잘 안 들린다고 느낀 아들은 더 크게 소리쳤다. “내려와” 드디어 아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죽기 싫단 말이야.”

이 사건을 지켜보던 나는 자살 소동을 벌이는 그가 이 사회의 HIV 양성인으로 느껴졌다. HIV 혈청 양성반응을 받으면 자살 또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은 차가운 시체가 되어 호수나 강에서 발견되는 양성인말이다. 그러나 양성인인들 죽고 싶었겠는가. 죽기 싫은데 죽었으니 자살학자인 뒤르켕의 표현대로라면 ‘사회적 타살’이다.

거짓과 폭력에 대해 말해보자

한국 사회에는 두 가지 종류의 HIV 양성인이 있다. 에이즈 약을 먹거나 자살하는 사람과 에이즈 약을 먹지 않고 자살도 하지 않는 사람이 그들. 내가 대표로 있는 한국 에이즈 재평가를 위한 인권모임의 HIV 양성인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은 거의 모두 자전거를 타고 여유를 즐기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하며, 사회적으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다니다보면 우리 모임 회원을 곧잘 만날 수 있으니 이것이 평온한 삶인 것.

29개월된 아들은 HIV 양성인에 대해 아무런 편견도 갖지 않는다. 양성인이 돌잡이가 된 가운데 돌잔치를 치렀으며, 양성인이 사다준 과자를 먹고 자랐고, 양성인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같이 동물원이나 식물원엘 갔다. 이 어린 녀석은 우리 모임의 이모와 삼촌들을 아주 좋아한다. 이런 아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있으니 그것은 ‘거짓과 폭력’이다.

HIV 양성인 윤 가브리엘의 거짓말

지금부터 생후 29개월 된 어린 아이의 입으로 무엇이 거짓이고, 폭력인지 말해볼까 한다. 자살 소동이 벌어지던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의 에이즈 약인 '푸제온'이 건강보험에서 꼭 필요한 약이라고 인정하는 조치를 내렸다. 푸제온은 건강보험공단과 현재 약값 협상을 벌이고 있는 약. 로슈측은 4만3235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HIV/AIDS 가설 체계 측의 에이즈 행동주의자들은 큰 환호성을 올렸다.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HIV/AIDS 인권연대의 윤 가브리엘은 “에이즈 환자 120명 가량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고 있는데도, 제약사는 약 공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라도 약을 공급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씨는 "에이즈 발병 4년 만에 내성이 생겨 실명, 의식 혼란 등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지난해 10월 푸제온을 맞으며 겨우 회복되고 있다...기존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 120여명이 '약이 있는데도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제약사와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같은 기사에서 말했다.

윤 씨의 말에는 일반 대중이라면 쉽게 눈치를 챌 수 없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이를 밝혀보자.

1) 에이즈 환자 120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질병관리본부에 정식으로 보고된 내용인가? 이를테면 2007년 6월까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에이즈 환자 수는 57명이었다. 그런데 윤 씨는 불과 1년만에 그 두 배에 달하는 수를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주장하는 것인가?

2) 에이즈 환자로 보고된 사람들은 보통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무엇보다 잘못된 HIV 혈청검사 결과로 인해 HIV 양성판정을 받은 암 환자, 결핵 환자, 말라리아 환자 등이 그들. 그리고 에이즈 약을 먹고 면역력이 파괴되어 ‘에이즈 증상’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일부 에이즈 약 부작용 목록에는 ‘이 약이 에이즈 증상을 일으킨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3) 윤 씨가 의식 혼란과 실명의 위기까지 간 이유는 에이즈 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직 약만이 희망이라는 맹목적인 관념의 소유자이고, 실제 약을 제조한 제약회사에서 지적한 부작용을 겪은 것이다. 윤 씨 또한 피해자인 셈. 그런데 이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은 채 4년만에 에이즈 증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해 다시 한 번 거짓말을 하고 있다.

4) 우리 모임에는 HIV 양성인이 된지 4년이 넘은 회원이 200여명이 넘으나 이들 중 단 한 명도 윤 씨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없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에이즈 약을 먹은 사람이 없거나 먹다가 끊어버렸기 때문.

5) 푸제온을 맞으면서 건강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윤 씨의 주장은 심각한 어패가 있다. 플라시보(가짜 약)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푸제온 독성 역시 심각하기 때문.

푸제온 어떤 약인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희한한 약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상적인 임상실험 없이 판매 승인을 받았기 때문. 사실 에이즈 약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는다. 푸제온도 이 중 하나인 것. 게다가 그나마 한 실험결과 역시 온전히 드러난 게 없다. 이유야 어쨌든 약물 임상실험은 승인을 위한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푸제온 자체는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AZT 등 다른 에이즈 약과 함께 병용해서 사용되는 약. 독성은 더욱 크질 수밖에 없다. 이 속에는 정치적인 발언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신약의 신속 승인은 진행성 HIV 감염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미국 보건후생부의 토미 G. 톰슨 장관의 말이 그것. 언제부터 과학적인 주장이 정치적인 주장으로 바뀌었는가.

FDA(미국 식품의약청)의 푸제온 신속 승인은 약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2개의 임상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를 6개월간 분석한 것에 근거하고 있다. 와우, 6개월 동안만 분석하면 사상 유례없는 신속 통과라! 푸제온을 장기적으로 복용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러니까, 신속하게 승인한 것이다.

푸제온의 독성들

푸제온은 인푸벌타이드라는 성분을 갖고 있으며 지금까지 개발된 에이즈 약 중에서 가장 비싸다. 비싼 만큼 독성 역시 매우 강력하며, 판매 신속 결정으로 인해 이 독성에 대한 연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로슈의 푸제온 부작용에 대한 공식 자료에서 발췌했다.

1) 효능/효과 :  임상 진행에 대한 효과 자료는 완전하지 않다.

2) 어린이 : 6~16세 사이의 어린이에게는 2mg/kg, 최대 90mg을 1일 2회 투여한다. 6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이 약의 권장용량을 결정할 유용한 데이터가 없다.

3) 35mL/min 이하의 크레아티닌 클리어런스를 갖는 신손상 또는 투석을 받는 환자의 권장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유용한 데이터가 없다.

4) 간손상 : 간손상 환자의 권장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유용한 데이터가 없다.

5) 이상반응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이상반응은 국소주사부위반응(ISRs)으로 TORO-1, TORO-2 연구의 환자 663명 중 98%에서 발생하였지만(표 1), 환자의 3%만이 ISRs 때문에 이 약의 사용을 중단하였다.

6) 진통제 사용이 필요하거나 또는 일상적인 활동에 제한을 주는 ISRs는 환자의 9.4%에서 발생하였다.

7) 이 약으로 치료받는 동안 종종 과민반응이 발생하며(≤1%), 재투여 시 드물게 발생한다. 주사부위반응(98%)에 덧붙여, 이 약과 기본요법(backgroud regimen)으로 병용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과민반응은 설사(26.8%), 구역(20.1%), 피로(16.1%)이다.

8) 배후약물 치료만 받는 환자에서 관찰되는 증상은 설사(33.5%), 구역(23.7%), 피로(17.4%) 등 이다.


9) 폐렴 -  임상 3상 시험에서 이 약 치료그룹과 대조그룹을 비교 시 폐렴(주로 박테리아) 비율의 불균형이 관찰되었다(각각 100명 당 4.68 대 0.61). 폐렴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절반이 입원치료하였으며 이 약 치료그룹의 한명의 사망자는 폐렴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

10) 자주 일어나는(1/100 - 1/10) 이상반응
감염
경구 칸디다증, 단순포진, 피부 파필로마증, 인플루엔자, 모낭염, 부비강염
혈액 및 림프액계
실험실적 이상치
림프절 병증
대사와 영양 이상
체중감소, 식욕감소, 식욕부진
정신계 이상
우울, 불안
신경계 이상
두통, 신경계 장애, 말초신경증, 어지러움(현훈 제외), 미각 이상

결막염
호흡기계
폐렴*, 기침(*폐렴발생은 세균성 폐렴을 나타내는 48주 안전성 데이터에 근거하였다. 폐렴 빈도 증가가 이 약 치료와 관계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
소화기계 이상
변비, 상부 복통, 인후통, 췌장염
피부
소양증, 취침 시 발한, 피부 건조, 발한 증가
근골격계
근육통, 관절통, 등통, 사지통, 근육 경련, 무력증

11) 드물게(1/10000 - 1/1000) 발생하는 이상반응
혈액과 림프액계
혈소판 감소증, 호중구 감소증, 발열
면역계
아바카비어에 대한 과민반응 증가
내분비선, 대사 및 영양 이상
과혈당증
신장과 요로
신손상(사구체신염), 신부전
신경계
Guillain-Barre 증후군(치명적), 6번째 두개골 신경 마비

12) 국소 주사부위반응 : 이 약을 투여한 후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국소주사부위반응이 나타난다. 주사부위반응 때문에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9%가 진통제를 필요로 했다.

13) 전신적 과민반응 : 이 약으로 치료받는 동안 과민반응이 종종 일어나며 재투여 시 재발할 수 있다. 피부발적, 구역, 구토, 한기, 오한, 강직, 저혈압, 혈청 중 간 트렌스아미나제 농도상승 등을 포함한다. 면역작용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부작용은 최초면역복합반응, 호흡곤란, 급성사구체신염, Guillain-Barre 증후군을 포함한다. 전신 과민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치료를 중단하고 즉시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약과 관련된 과민반응을 시사하는 전신적 증상 또는 증후 발생 후 이 약의 투여를 재개하면 안 된다. 이 약에 대한 과민반응의 발생 또는 중등도를 예측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14) 6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이 약의 안전성과 약동학 연구가 시행되지 않았다.

15) 고령자에 대한 투여
이 약의 임상연구에 포함된 65세 이상의 노인 환자 수는 이들이 젊은 환자와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결정하는데 충분치 않다.

푸제온은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로슈사는 푸제온에 대해 “위험 요소는 알려지지 않았다”에서부터 “안전성과 약동학 연구가 시행되지 않았다”로 끝을 맺는다. 분명한 것은 이 약을 사용한 HIV 양성인 중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그는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데 있다. 에이즈 가설 체계에서는 폐렴도 에이즈 사망이다. 따라서 푸제온의 부작용은 약물에 의한 에이즈 사망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눈 감고 사는 게 속 편하기 때문. 윤 씨가 푸제온을 다른 에이즈 약과 함께 병용해서 먹고 난 뒤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주장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직 폐렴에 안 걸렸기에 안심하는 건지, 푸제온이 시력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건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물론, 시력회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 푸제온이 국민세금으로 무료 공급되거나 저가에 공급되는 날이 생길 때 발생한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푸제온을 강제실시하자고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그 어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비겁할 뿐이다. 무지만이 자신들을 덮어줄 이불이고, 시간은 비겁함을 잊혀지게 한다.

양성인에게 푸제온 같은 독성의 약을 먹게 하는 게 인권이라고?  맙소사. 우리모임의 400여 HIV 양성인 누구나 푸제온을 먹길 원치 않으며, 그 돈이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글리벡 가격을 인하시켜주길 원한다. 글리벡이야말로 복제약이 제조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더 큰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푸제온은 아니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오래 전 우리 모임 회원 중 한 분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는 HIV 양성인이었다. 사망원인은 백혈병이었다. 백혈병에 걸려도 HIV 양성 반응이 초래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백혈병과 에이즈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맞다. 다르다. 그런데 왜 백혈병 환자에게 HIV 혈청검사를 실시해, 이로 인해 나온 소위 위양성 반응에 대해 쉬쉬 함구하는가.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HIV 양성 반응이 나온 백혈병 환자에게 푸제온을 줄 것인가, 글리벡을 줄 것인가. 병원에서 내린 처방은 AZT라는 에이즈 약 처방이었다. 미국이었다면 당장 구속감인 이 의사의 엉터리 처방전 덕분에 그는 죽기 전까지 웃을 수 있었다. AZT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기에.

29개월 된 어린 아이는 자살 소동을 벌인 사람에게 “내려와”라고 소리쳤다. 이 아이의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내려와” 양성인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정부 당국도 이 더러운 흙탕물로 내려오고, 정의로운 척 아는 체 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과학 민주주의의 대지 위로 내려오고, 푸제온의 비밀을 숨긴 채 고가에 판매하려는데 혈안이 된 제약회사 로슈도 진실의 발끝으로 내려와야 한다.

다들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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